감나무 이야기

감나무 이야기

내 기억 속엔 감나무 한그루가 있다.

씨앗이 생명을 품은 것이 아름다워 그 자리에서 먹던 감의 씨앗 다섯 개를 화분에 심었다. 그중 세 개의 씨앗이 올라왔고 이윽고 한 개의 씨앗만 살아남았다. 떡잎이 인사를 하고 지는데 굳이 시들어 굳어진 안녕을 떼어내고 싶진 않았다.

이름은 그냥 감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책임감을 기르게 하고자 식물을 하나씩 기르게 하였는데, 나는 가미를 데려갔다. 한해가 지나고 겨울이 될 무렵 나뭇잎이 하나둘 떨어져 갔다. 나는 단순히 겨울을 준비하는 줄 알았다. 감이의 아픔을 인지하지 못한 나는 언제인지도 모르는 이별을 했다.

집에 데리고 오는 길에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아주머니가 그거 죽은 거냐고 하자 나는 “뿌리가 살아 있으면 살 거에요” 라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나무는 꺾어서 잘 부러지면 죽은 것이라며 위에서부터 하나씩 꺾어가더니 5센티 정도를 남기고 “죽었네?” 하며 아무렇지 않게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집에 들어가셨다. 아주머니가 먼저 내린 걸 보니 우리 집보다 낮은 층에 사셨던 분인 것 같다.

하나하나 꺾여지는 감이를 보며 태어나서 처음으로 영혼이 부서지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충격에 꺾여가는 나뭇가지들을 보고만 있었다. 집에 들어와 물을 주고 온종일 살아나길 기다렸다. 뿌리가 살아 있을까? 하며 남은 밑동을 살짝 들어보았을 때 물에 불어 쑥 빠지는 가미를 보며 나는 깨달았다.

내가 아끼던 파란색 바탕의 달마티안 그림이 그려있는 베개에 얼굴을 묻고 온종일 펑펑 울었다. 감이가 뽑히던 순간의 흙의 소리, 느낌, 화분의 점 모양 패턴 그리고 그 순간에 소리 지르던 나의 모든 세포들이 기억할때 되돌아 오는건

아마 나는 이 친구를 많이 아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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